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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환자의 가족이 알아야할 다섯 가지 주의점(이정재)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3-11-26
조회 51010
치매환자의 가족이 알아야할 다섯 가지 주의점
 
이정재 교수(단국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치매 환자의 가족들이 겪는 고통은 직접 경험하지 못하면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큽니다.  마라톤 경기를 할 때 마라톤 코스에 대한 정보와 나 자신의 운동 능력, 지구력에 대해 잘 알아야 완주를 할 수 있는 것처럼, 치매 역시 병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가족들도 건강하게 환자의 옆에서 끝까지 도와 줄 수 있습니다. 오늘은 치매 어르신을 돌볼 때 알아두셔야 할 몇 가지 주의점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첫째, 치매는 “다시 아기 상태로 되돌아가는 병“입이라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치매 초기 어르신들의 가족들이 가장 많이 호소하는 것은 치매 어르신에게 자주 화가 난다는 것이지요. 자식들이 머릿속으로는 부모님께서 앓으시는 병이 치매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진정 마음으로는 받아들이기 힘들기 때문에 자꾸 이전과 다른 모습에 화가 나는 겁니다. 두세 살짜리 아이가 같은 질문을 여러 번 반복하고 실수로 오줌을 싸도 웃으며 넘기지요. 왜냐하면 그 나이의 어린 아이는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같이 살아온 어른인 부모님이나 배우자가 아니라, 아기를 돌본다는 마음가짐으로 돌보시면 화가 덜 나고 마음이 조금은 더 편해질 수 있습니다.
 
  둘째, 치매 어르신이 시간이나 약속에 대해 재차 묻는 경우, 생각해 보라고 이야기 하지 마시고 바로 정답을 알려 주시는 것이 좋습니다. 이런 방법을 전문적인 용어로 “오류배제학습”이라고 합니다. 가족들은 어르신이 기억력이 떨어지면 정말 어르신이 기억이 떨어지는 것이 분명한지 확인을 하고 싶어집니다. 이런 마음에 환자가 묻는 말에 바로 대답해 주지 않고 힌트를 주면서 정답을 말할 때까지 시간을 주면서 시험해 보거나 그 중간에 다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초등학생이 학습을 할 때에는 이렇게 힌트를 주어 틀린 답을 수정하여 정답을 알게 하는 것이 도움이 되겠지만, 치매를 앓는 어르신의 경우에는 틀린 답을 반복하게 되면 나중에 더 헛갈릴 수 있으므로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가족들이 기억해야 할 세 번째 주의점은 치매 어르신과 이야기할 때는 눈을 쳐다보고 끝까지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들어주면서 어르신의 기분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입니다. 비록 틀린 말을 하더라도 비난하거나 언쟁을 벌이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치매를 앓는 어르신을 논리적으로 설득을 하거나 언쟁을 벌이는 경우에는 얻는 것은 없고 관계만 나빠지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질문을 할 때에도 가능하면 간단한 단어를 사용하여 짧게, 천천히, 한 번에 한 가지 질문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치매의 정도가 중등도 이상 진행된 어르신이라면, 자식이나 배우자의 얼굴을 몰라보는 경우가 생깁니다. 이때 먼저 다가가서 자신이 누구인지 알려 주는 것이 어르신을 안심시켜 드리는 방법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어르신이 말하는 사건이나 사실보다는 마음속으로 느끼고 있을 분노, 슬픔, 당황스러움과 같은 감정을 헤아리려고 노력하는 것입니다.
 
  넷째, 치매 어르신이 우울증을 겪고 계시지는 않는지 주의를 기울이셔야 합니다. 치매 어르신의 30-40% 정도는 우울증을 같이 겪고 계신다고 합니다. 치매를 앓으시는 노인들의 경우에는 우울한 기분을 호소하시기 보다는 특별한 원인 없이 여기저기가 아프다고 하시거나, 몸이 피곤하고 소화가 안된다는 등의 신체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아 가족들이 우울증이 같이 있다고 알아차리기가 어렵습니다. 우울증을 예방하기 위해 집에서 할 수 있는 제일 좋은 방법은 햇빛을 받으며 하루 1-2회 야외 활동을 하는 것입니다. 산책하기도 좋은 방법입니다. 그리고 어르신들에게 사소한 것이라고 칭찬해주고 현재 있는 그대로의 모습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어떤 일이 있어도 옆에 있어 줄 것이라고 안심시켜 주는 것도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말씀드릴 내용은 치매 어르신의 신체활동에 관한 것입니다. 먼저 어르신의 능력이 어떤지 알고 계셔야 합니다. 어르신이 혼자 집근처에 산책은 가능한지, 혼자 화장실은 갈 수 있는지와 같이 혼자 할 수 있는 것을 파악하고 있어야 합니다. 또한 집안일에 참여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격려하여 아직 남아 있는 기능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게 돕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루 일과를 적절히 시간에 따라 나누어 규칙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계획을 세우는 것이 한 방법이겠지요. 이 때 주의할 점은 어르신이 부담없이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중심으로 일과표를 짜셔야 한다는 것입니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라고 했습니다. 치매는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고통과 부담을 줄여줄 수 있습니다. 치매를 앓고 계시는 환자와 가족들에게 치매로 인한 고통이 없는 날이 어서 오길 바라며 줄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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